유리기판 25년
유리 기판은 ‘제2의 고대역폭메모리(HBM)’인가, ‘너무 이른 축포’인가.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주 미국에서 열린 소비자·가전 쇼 CES 2025에서 “방금 팔고 왔다”며 함박웃음을 지은 뒤, 유리 기판이 반도체 업계의 뜨거운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국내 부품 대기업 삼성전기와 LG이노텍도 각각 CES에서 “2027년 양산”“2~3년 내 기존 기판을 대체할 것”이라며 유리 기판을 다음 먹거리로 외쳤습니다.

유리기판’ SKC 앱솔릭스, 美 정부로부터 1억달러 추가 지원금
미국 상무부는 25년 1월 16일(현지시간) 반도체 패키징용 유리기판을 연구, 생산하는 SKC 앱솔릭스에 1억달러(약 1458억원)를 추가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SKC는 지난 연말 한국 기업 중 가장 먼저 반도체지원법(CHIPS) 보조금 7500만 달러를 확정한 바 있습다.
SK HBM 후계자 ‘유리기판’
SK는 ‘HBM 신화’를 유리기판에서 재현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뚝심 있게 HBM에 투자해 ‘AI 메모리 주도권 잡기’에 성공했듯, 유리 기판에서도 치고 나가겠다는 것입니다. HBM에는 D램 메모리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전기 신호를 연결하는 ‘실리콘 전통 관극(TSV)’ 기술이 사용되는데, 유리 기판에도 비슷한 ‘유리 전통 관극(TGV)’ 기술이 적용됩니다. 다만 유리는 실리콘과 달리 구멍을 뚫다가 금이 가거나 깨지기 쉽고 금속과 잘 접착되지 않아 기술 난이도가 높은데, 개발사마다 각기 다른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가 HBM에서 독자적인 접착 방식으로 주도권을 잡았 듯이, SKC 앱솔릭스가 TGV를 안정적으로 구현한다면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SK의 최태원 회장은 유리 기판에 각별한 기대를 보이고 있습니다. 24년 7월 미국 출장에서 조지아 주 앱솔릭스 유리 기판 생산 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앞서 인천에 있는 앱솔릭스 협력사 사업장을 직접 찾아가 유리 기판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합니다.
아직 유리 기판 기술의 표준도 공급망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라, 시제품까지 내놓은 앱솔릭스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다. 지난해 가을 SKC의 또 다른 자회사인 ISC가 유리기판용 테스트 소켓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ISC는 칩셋의 전기적 특성을 검사하는 테스트 소켓을 만드는 회사인데, 앱솔릭스와 협력해 유리 기판용 소켓도 만든 것입니다. SKC는 앱솔릭스 유리 기판과 ISC 소켓을 함께 고객사에 공급한다는 계획입니다. SKC 측은 “빅테크 고객사에 샘플을 발송 중이며, 현재 소형 공장에서 생산 가능한 양까지 예약이 차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유리기판 24년
삼성, SK, LG 등 주요 기업들은 유리 기판 기술 경쟁에서 앞서고 있습니다. SKC 자회사 앱솔릭스는 올해 미 조지아주에 전 공정을 자동화한 유리 기판 스마트 공장을 완공 했습니다. 앱솔릭스는 지난 5월 한국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업체 중 최초로 미 상무부로부터 반도체 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CSA)에 따른 보조금 7500만달러(약 1023억원) 지원을 받는 것으로 결정 됐습니다. 현재 시제품을 양산 중이고 하반기부터는 고객사 인증을 진행할 계획이다. 인증 작업을 마치면 유리 기판 세계 최초 상용화 기업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내에선 삼성전기가 올해 안에 시제품 생산라인을 세종 사업장에 구축할 예정입니다. 삼성전기는 내년 중 시제품을 만들고 2026년 이후 양산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LG이노텍 도 유리 기판 관련 인력을 충원하며 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앞서 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이사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요 고객이 북미 반도체 회사인데 그 회사가 유리 기판에 관심이 많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며 사업 진출을 공식화 했습니다. 특수유리 제조업체 미국 코닝도 한국에서 관련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도체 업체 중에서는 인텔과 AMD가 유리 기판 도입에 가장 적극적입니다. 특히 인텔은 유리 기판에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투자해 2030년까지 유리 기판 설루션을 적용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자사 제품뿐 아니라 파운드리(위탁생산) 고객에게도 제공한다는 방침입니다. 기존 플라스틱 기판을 포함한 현 반도체 기판 1위 기업인 일본 이비덴도 유리 기판 시장 진출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리 기판’ 초격차…삼성, 유리 기판 상용화 가속화를 위한 연합 전선 형성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 그룹 내 전자 계열사들이 패키징 분야의 새로운 혁신을 목표로 ‘유리 기판’의 상용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공동 연구개발(R&D)에 착수했습니다. 이는 반도체 미세화와 패키징 소재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두껍고 열에 약한 전통적인 플라스틱 기판 대신, 신호 전달력이 우수하고 열 방출과 수명 면에서 탁월한 유리 기판을 개발하여, 인텔 등 글로벌 경쟁사보다 빠른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유리기판
삼성전기가 준비하는 유리 기판은 말 그대로 패키지 기판의 소재를 플라스틱에서 유리로 바꾼 기술입니다. 플라스틱을 사용할 때와 비교해 신호 전달력과 전력 소비량, 열 방출, 수명 등 여러 측면에서 우수합니다.
플라스틱 패키징 기판은 2.5D 패키징과 같은 대면적화 흐름과 뜨거운 열로 인한 외형 변화가 빈번하게 발생하지만, 유리로 소재를 바꾸면 전반적인 성능과 안정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습니다. 전기를 저장했다가 일정량씩 내보내는 부품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유리 내부에 내장해 더욱 얇게 패키징할 수 있다는 이점을 제공합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유리 기판 기술은 현재 인텔 외에는 시장에서 널리 채택되지 않았지만, 2024년을 기점으로 활발한 도입 논의가 예상됩니다. 이어 “다만 아직 상용화와 양산에 성공한 업체가 없기 때문에 시장이 열리는 시점은 인텔이 발표한 2030년 전후가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삼성 유리기판 ‘연합군’ VS 인텔, 이비덴도, SKC 불꽃 경쟁
유리 기판 삼성 연합군의 강력한 라이벌은 미국 인텔입니다. 인텔은 지난해 9월에 “2030년께 유리 기판을 양산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10년 전부터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를 투자해 유리 기판 R&D 라인을 세우고 공급망을 갖췄습니다. 세계 반도체용 기판 1위 업체인 일본의 이비덴도 지난해 10월 유리 기판을 신사업으로 점찍고 R&D에 나서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국내에서는 SK그룹 계열사 SKC가 자회사 앱솔릭스를 설립하고 AMD 등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와 기판 양산을 타진하고 있습니다.
삼성이 반도체 유리 기판 연구개발(R&D)에 계열사 연합군을 구축한 것은 향후 이 제품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업계의 판도를 뒤집을 만한 파급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리 기판이 향후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동안 공정 중심이었던 반도체 시장의 경쟁 구도가 앞으로는 소재 분야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반도체 업계는 미세공정의 한계에 도달함에 따라, 최첨단 패키징 기술이 새로운 경쟁력의 원천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이종(異種) 결합을 통해 서로 다른 칩들을 하나처럼 통합해 성능을 극대화하는 최첨단 패키징 기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옆에 여러 개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올리는 패키징이 이종 결합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유리기판 관련 업체 목차
필옵틱스 | – 필옵티스는 TGV, 다이렉티 이미지 노광기, 레이저 드릴링 장비 개발도 완료해 파일럿 라인에 공급 중 – 레이저 유리 커팅머신과 레이저 리프트 오프(LOO) 장비 등을 제조해 삼성디스플레이 등 패널 고객사에 납품 중 |
HB테크놀러지 | – SKC 앱솔릭스에 글래스기판 검사 장비를 공급 |
인텍플러스 | – 차세대 반도체 유리기판 검사장비 개발 착수 – 23년 하반기부터 인텔측과 유리기판 기반 반도체 모듈 관련 외관검사 장비 공동 개발 중 – 삼성전자에 경연성 인쇄회로기판(R/F PCB) 형태의 메인 기판을 공급할 가능성이 높음 |
와이씨켐 | – 유리 반도체 기판용 특수 폴리머 유리 코팅제 개발 – 반도체· DP· 태양광 소재, 초정밀 산업용 화학소재 생산 – CMP 공정용 텅스텐· TSV용 슬러리 개발 |
삼성전기 | – 2024년 국내 세종사업장에서 유리 기판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본격적인 개발에 돌입할 계획 – 유리 기판은 고성능 컴퓨팅 서버용 CPU, AI용, 전장이나 에너지, 로봇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지원하는 기판으로 사용 될 예정 |
SKC | – 앱솔릭스는 2021년 SKC가 설립한 반도체 글라스 기판 투자사임 – 앱솔릭스는 지난해 미국 조지아 공장을 완공했고 올해부터 글라스 기판을 본격 공급할 계획 – 앱솔릭스 잠재 고객사로는 인텔, 엔비디아, AMD 등이 있음 |
ISC | – 유리기판용 테스트 소켓을 세계 최초로 개발 |